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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테오리아 -  2018년 여름 친정나들이 (테오리아 & ALP 리뷰)

 

2018년 여름 친정나들이 (테오리아 & ALP리뷰)

 

- 반 창 고 (하티 18기) -

 

 

친정나들이라고 한다.

나는 남자라서, 진정한 친정의 느낌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르는채, 친정나들이에 처음으로 참여했다.

 

문뜩 떠오르는 생각 하나.

친정에 가면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할 수 있을까? 남에게 차마 말하지 못한 내 모든 치부와 아픔을 내보여 줄 수 있을까? 매맞고 사는 처지를, 실패한 결혼 이야기를, 이제는 그 남자가 나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음을 친정아버지에게 정말 편하게 말할 수 있을까?

말 못하겠지. 왜? 내 아버지에게 이 못난 모습을 보이기 싫으니까. 아니면, 아버지가 속상해 하시는 모습을 보기에 괴로우니까. 나만 참으면 되지. 그냥 천진하게 웃다가만 오자. 내 마음을 누가 알아준다고....

시작도 하기 전부터 이미 친정나들이는 큰 의미 없는 또다른 행사가 되어 버리는것 같았다.

 

다른 ALP 수련과는 달리 이번 테오리아에서는 물음으로 도반들을 괴롭히지 않으시겠다고 아침햇살님께서 서두에 말씀하셨다. 그리곤 시작하셨다.

 

“밥은 누가 먹었습니까?”

 

갑자기 밥 먹은 범인 찾느라 진지에 대한 내 오감 알아차리기는 저멀리 달아났다.

친정에 왔는데 또 추궁당한다.

그런데 정말 누가 먹은 걸까?

대부분의 도반님들은 안전한 하향 평준화 방향을 선택했다.

‘제가 먹었습니다’

가장 안전한 곳은 무덤이라던 말씀이 생각났다. 배가 가장 안전한 곳은 항구라는 말도 생각났다. 그런데 배는 정박하려고 만든 것이 아니다. 삶은 위기, 위험한 기회. 무덤에 있으려고 태어난 게 아니다.

 

누가 먹었는지 몰라서 묻는 걸까?

갑자기 알차수련때 스승님의 호통이 생각났다. “마, ALP 프로그램이 계단 숫자 몰라서 그거나 묻는 프로그램이냐?”

좀더 큰 의식 확장으로 인도하시는 것이 아닐까?

 

나에게도 취조의 순서가 돌아왔다.

첫날 저녁 대답은 “우주가 먹었습니다.”

관상의 방법을 듣고난 둘째날 아침 대답은 “그가 먹었습니다.”

셋째날 아침은 대답할 기회가 없었다.

‘자유시간’ 초콜릿으로 자유했기 때문이다. ^^

 

이렇게 이번 친정나들이는 시종일관 ‘밥’ 이야기였다.

나에게는 둘째날 점심식사가 가장 가슴에 와 닿았다.

음식은 잡곡밥, 신김치, 조개국만의 단촐한 어울림이었다.

섞어 먹지 말고, 차례로 한가지 음식만 먹으라는 안내가 있었다.

 

먼저 잡곡밥.

난 밥이 이렇게 찰지고, 오묘하게 여러가지 맛을 낼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왜냐하면, 일단 이 식단만으로도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평범한 밥맛에 대한 나의 고정관념 한계 밖으로 나를 넘겨주었기 때문이다.

 

두번째 신김치.

밥만 먹다가 마주친 신김치는 짠맛의 충격으로 다가왔다. 마치 바다에 빠져서 바닷물을 통째로 삼켜버린 느낌이었다. 평소 신김치를 좋아하는데도, 먹는 순서가 바뀌니 새로운 느낌이었다.

 

마지막으로 조개국.

미역 속에 보일듯 말듯 부끄럽게 숨겨진 조개살을 보는 순간, 갑자기 머리가 띵했다.

‘아, 나는 지금 이 조개의 일생을 마주하고 있구나. 자신의 삶을 마친 조개가 나에게로 와서 이제 새로운 모습으로 변하려는 구나. 그러고 보니 미역도, 신김치도, 밥도 모두모두 자신의 일생을 나에게 바치고 있구나.’

갑자기 벽에 걸린 ‘진지 알아차리기 다섯’의 넷으로 눈길이 돌아갔다.

‘넷. 이 음식을 먹을 만하게 정성껏 살았는지요?’

눈물이 핑 돌았다.

 

부끄러웠다.

편식이 심한 나는 그동안 반찬 종류에나 신경썼지, 그 반찬의 일생을 맞이한 적이 없구나. 나는 지금 이 음식을 먹을 자격이 있는 건가? 내가 뭘했다고 이들이 이렇게 나에게 온 것인가? 하루에 세번씩 매일같이 꼬박꼬박 치루어지는 식사도 ‘진지’하게 대하지 못했구나.

 

알아차렸다.

부끄러움은 나의 현위치를 보여주여 주기 위해 나타난 감정. 거기에 매여 자책하는 것이 아니라, 그 부끄러움을 통해 나에게 말하는 메세지를 알아차리자. 그래, 나를 살린 이 밥처럼 나도 밥이 되어 다음 사랑으로, 이웃을 살리는 삶으로 가자. 하나님은 질책이 아닌, 사랑의 하나님이시지. 네 이웃은 이렇게 사랑하는 것이로구나.

 

밥은 나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요구하지도 않았다. 먹을 자격이 있냐고 따지거나 밥값으로 얼마를 낼 것이냐고 흥정하지도 않았다. 밥은 그냥 그렇게 아무 조건없이 나에게 자신을 다 내주었다.

갑자기 가슴이 메여 온다. 나는 그동안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어떠한 짓을 했던가? 상대방에게 무엇인가를 물으며, 요구하며, 자격과 가치를 따지고, 흥정하거나 조건을 달거나, 아니면 협박을 하지 않았던가? 아내와 자식들이 나의 이런 무늬만 사랑인 폭력에 상처 투성이가 되어있지 않던가?

관심과 사랑이라 쓰여진 완장을 차고, 끊임없는 잔소리로 완장질했던 내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매일 뭔가를 너희에게 사랑으로 주고 있는데, 왜 너희들은 이것밖에 안되냐고, 왜 내 마음을 몰라주냐고, 내 주변 사람들에게 닥달을 하던 내 모습이 확연하게 보였다.

‘너같으면, 먹히기 직전의 밥이 널 보고 잔소리 해대면, 그 밥을 먹고 싶겠냐?’ 갑자기 스승님이 나에게 이렇게 호통치시는 것 같았다.

 

아, 난 정말 뭐가 사랑인줄도 모르고 살았구나.

그냥 다 주는 것이구나.

‘하나님이 주시는 햇살, 사랑 다 받아라’,

‘햇살은 사람 가리지 않고 다 비춘다’

그래서 아침햇살이신가 보다...

 

그 조건없는 사랑을 받는 사람이 자녀이구나.

그러니 조건없는 햇살을 받고, 조건없는 밥을 먹고 있는 내가 바로 하나님 자녀이지.

명상중에 찬송가가 사람들 입에서 흘러나온다.

요즘 교회에서 자주 보게 되는 소란한 밴드 반주나 현란한 워십댄스 치장도 없이, 맹물같은 무반주다. 그런데 너무도 은혜롭다. 눈물이 흐른다.

아, 이런게 찬송, 찬양하는 노래로구나. 조건없는 사랑에 대한 고마움을 고백하는 거구나.

아침햇살님께서 테오리아 오늘 마지막 명상을 이렇게 주일 낮예배로 마무리 지으시는 구나. 이런게 예배구나. 내가 당신의 자녀임을 고백하는 예배. 이런 예배야 말로 기뻐하며 받으시겠구나.

기독교인 생활 30여년만에 사랑, 자녀, 예배를 새롭게 배웠다.

 

친정에 와서 무엇인가를 고백하여 마음 편히 할 수 있을까? 의문했었다.

친정은 그게 아니었다. 심리상담소가 아니었다. 위로나 공감으로 편들어 주는 곳이 아니었다.

친정은 내가 당신의 자녀임을 다시 확인하는 곳이었다. 무엇을 해주거나,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나는 당신의 자녀이고, 당신이 나를 이곳에 보내신 일이 끝나면, 오늘처럼 나는 다시 당신에게 돌아갈 존재임을 확인시켜주는 곳이었다. 당신의 자녀임을 깨닫는 순간, 눈물로 하소연하려고 바리바리 싸가지고 왔던 나의 문제들은 그냥 사라졌다.

 

이광조의 ‘나들이’ 음악이 흘러나온다.

나의 애창곡 중에 하나라서 무척이나 반가웠다.

친정나들이라서 나들이인가?

아니, 우리의 삶 자체가 지구별 나들이로구나.

‘~웃는 얼굴로 반겨주는 그대의 정든 품으로~’

친정이다. 아버지의 품이다. 미소로 반겨주신다. 자체로 사랑이시다.

친정에 와서도 말을 못한다고? 내 못난 모습, 아버지가 속상해 하시는 모습 때문에? 아니, 웃는 얼굴로 나를 반겨주시는 순간, 모든 것은 녹아서 사라진다.

 

밥으로 시작한 이번 테오리아.

마지막 헤어짐의 음식은 비빔밥이다.

이웃끼리 사랑으로 비비고 살라는 말씀이다. 우리 모두가 식구이니까.

반찬 따지지 말고, 누가 더 먹나 서로 따지지 말고,

각자 가진 소질인 고유의 맛은 살리되, 같이 어울린 비빔밥으로 서로를 살리라는 말씀이다.

 

9인승 카니발에 9명 꽉채워서 친정을 떠났다.

서울, 대전, 부산, 제주.

벌써부터 전국 비빔밥으로 어울려졌다.

수다는 참기름, 차비는 수련소감.

간만에 풍요로운 소풍차였다.

 

이번 테오리아를 통해

나는 이렇게 친정에 다시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아직 끝나지 않은 물음.

 

“밥은 누가 먹었습니까?”

 

인생음악극장에서, 내가 정말 좋아하는 노래들을 많이 들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못다한 나의 마지막 셋째날 대답은, 이 노래로 맺고 싶다.

 

 

< 변해가네 >

 

- 동물원 -

 

느낀 그대로를 말하고

생각한 그 길로만 움직이며,

그 누군가 뭐라해도 돌아보지 않으며

내가 가고픈 그 곳으로만 가려했지

 

그리 길지 않은 나의 인생을

혼자 남겨진 거라 생각하며,

그 누군가 손 내밀며 함께 가자하여도

내가 가고픈 그 그곳으로만 고집했지

 

그러나 너를 알게 된 후

사랑알게 된 후부터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변해가네

나의 길을 가기보단

너와 머물고만 싶네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변해가네

 

너무 쉽게 변해가네

너무 빨리 변해가네

너무 쉽게 변해가네

너무 빨리 변해가네

키워드 : 일반

작성자 : 반창고 | 작성일: 2018-08-20 | 조회수: 1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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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포에버킴 나누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이 공감했습니다. 덕분에 저도 진지와 관련하여 새롭게 생각하고 느끼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2018.12.09